지금까지의 슬롯은 모두 기계식으로, 기계 내부의 메카니즘을 고안하여 작동하는 재래식 구조였습니다. 레버를 당겨서 기계를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별도의 내부 동력이나 전자식 동력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1963년, 세계 최초의 전자식 슬롯이 발명됩니다.
최초의 전자식 슬롯 'Money-Honey' < 1963, Money Honey Slot Machine, Bally Manufacturing > 바로 1963년 미국의 회사 발리(Bally)에서 출시한 ‘머니허니(Money Honey)’라는 슬롯입니다. 내부에 별도의 연산 장치를 설치해 릴이 멈추는 위치를 확률에 따라 자동으로 계산하는 획기적인 방식입니다. 잭팟 당첨시 당시 기준으로는 최대였던 500개의 동전을 쏟아내는 장관으로도 유명합니다. 발리는 1976년 최초의 슬롯 데이터 관리 시스템까지 개발하며 슬롯 제조 사업을 확장합니다. 발리가 개발한 슬롯 머신 종류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Money Honey (1964) Big Top (1982) Jackpot Riot (1993) Blazing 7s (1993) 최초의 전자식 슬롯을 개발하여 현대적인 슬롯머신의 구조를 정립한 발리는, 안타깝게도 더 이상 슬롯을 제조하지 않습니다. 슬롯 제조를 중단한 이후 핀볼 머신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발리가 개발한 핀볼 머신은 지금까지 약 60여 개에 달합니다. 그러나 1994년 이마저도 중단했으며, 현재의 주력 업종은 카지노 사업입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Paris Las Vegas 호텔을 건설한 것이 바로 이들입니다. 발리는 1996년 힐튼 호텔에 인수되었고, 2020년 이후 현재까지 미국의 애틀랜틱시티와 라스베이거스, 리노 등지에서 ‘Bally’s Corporation’ 브랜드의 카지노를 운영 중입니다.
버튼을 이용한 슬롯 전자식 슬롯의 등장으로 사실상 슬롯의 레버가 무의미해졌습니다. 외부의 전기 동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기계에 동력을 전달하던 레버가 장식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레버 대신 버튼을 눌러 슬롯을 작동시키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레버를 당기는 손 맛을 느끼고 싶은 분들을 위해 일부러 레버를 남겨두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버튼 방식입니다. 레버 대신 버튼으로 바뀌었어도 작동 원리는 동일합니다.
그리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동전 대신 카드를 슬롯에 삽입하는 형태도 개발되었습니다. 게임을 할 때마다 일일이 동전을 삽입해야 하는 방식은 불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동전 대신 카지노의 칩처럼 일정 금액을 카드에 충전하고 금액 한도 내에서 슬롯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슬롯이 카드 형태로 제공됩니다.
최초의 비디오 슬롯 전자식 슬롯은 이후 비디오 슬롯으로 더욱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LCD 등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대중화되며, 슬롯도 디스플레이를 장착합니다. 이로써 슬롯에서 복잡하게 숫자를 보여주지 않고도 디스플레이 안에서 다양한 요소를 편하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릴 디자인이나 게임 디자인 또한 기계를 새로 제작할 필요 없이,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초의 비디오 슬롯은 1975년 개발된 ‘포춘 코인(Fortune Coin)’입니다. 그리고 1978년 IGT(International Game Technology)에서 포춘 코인을 인수하여 대량으로 생산합니다. 그리고 이제 라스베이거스 등지에 슬롯이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합니다. 슬롯 산업의 기틀이 다져진 셈입니다. ‘포춘 코인’이란 이름은 슬롯의 대명사가 되어, 현재도 다양한 회사에서 ‘포춘 코인’이란 이름의 슬롯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슬롯 1986년에는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슬롯(Progressive Slot)인 메가벅스(Megabucks)가 등장합니다. 일반 슬롯은 각 기계마다 고정된 잭팟 확률이 있어서 그에 따라 당첨을 결정합니다. 이에 반해 프로그레시브 슬롯은 각각의 슬롯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베팅 금액의 일부를 한꺼번에 누적하여 당첨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당연히 일반 슬롯에 비해 잭팟 확률이 낮고 잭팟 당첨 금액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현대에 들어와 슬롯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잡게 된 기점은 1996년입니다. 1996년 카지노 장비 제조 업체인 ‘WMS Gaming‘은 ‘Reel ‘Em In’이란 이름의 슬롯을 출시합니다. ‘Reel ‘Em In’은 세계 최초로 보너스 화면(Second Screen Bonus) 서비스를 제공한 슬롯이기도 합니다. 보너스 화면이란 릴이 있는 메인 화면 옆에 한 개의 화면을 더 띄워 보너스 게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메인 게임으로 릴을 회전시켜 특정 조합이 나오면, 보너스 화면에서 추가 당첨 기회를 노릴 수 있습니다.
보너스 화면에서는 무료 게임(Free Spin)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게임 화면이 디스플레이로 바뀐 덕에 가능한 기능이지요. 요즘은 다양한 방법으로 무료 게임 횟수를 제공하는 데다 사람들이 메인 게임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보너스 화면 기능이 점차 쇠퇴하는 중입니다.